쇄국주의와 소수민족 - (4) 인레호수의 수경재배지, 쭌묘

기사입력 2012-06-10 11:13:58
최종수정 2012-06-10 11: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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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가 즐비한 인레호수 옆에 위치한 인떼인 마을.
▲ 파고다가 즐비한 인레호수 옆에 위치한 인떼인 마을.
미얀마의 샨자치주의 고원지대에는 인레호수가 있다. 해발 875m에 높이에 자리 잡은 호수로 우기 때에는 길이가 22㎞, 폭11㎞에 이르고 수심이 10m 가까이 된다. 인레호수는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주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소수민족들의 생활 터전이기도 하다.

인레호수에서 가장 눈길을 잡는 것은 물위에 떠 있는 밭인 ‘쭌묘’다. 인레호수와 그 주변 지역은 온통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탓에 평지가 많지 않다. 그만큼 농사를 지을 땅이 적은 것이다. 또 미얀마의 다른 지역에 비해 기온이 낮아 연중 서늘한 기운이 있어 벼농사도 적합하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소수민족들은 묘책을 생각해 냈다. 바로 물 위에서 밭농사를 짓는 것이다. 쭌묘의 구조는 단순하다. 여러 개의 대나무를 평평하게 엮어 밭고랑처럼 만든 뒤, 그 위에 수초와 호수바닥 흙을 쌓아 밭을 만든다. 그리고는 양배추, 토마토, 오이, 토란 등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각종 야채를 심어 재배한다. 야채의 뿌리가 절반은 흙에 박혀 있고, 절반은 물에 잠겨 있다. 일종의 수경재배인 셈이다. 실제로 인레호수 옆에 거대한 들판이 펼쳐져 있었으나 알고 보니 수경재배를 하는 공간이어서 호수 위의 밭이었다(취재팀이 저녁식사를 하는데 여기에 나온 수경재배를 한 조그마한 고추가 있기에 맛을 봤다. 그랬더니 얼마나 맵던지 혀가 얼얼해 한동안 다른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다).

인레호수 사람들은 이런 쭌묘를 호숫가에 좁고 길게 만든 뒤 토마토를 심고는 쪽배를 타고 다니며 농사를 짓는다. 인레호수에서 생산한 야채는 비싼 값에 미얀마 전역으로 팔려나가고 있고 이 때문에 쭌묘 농사를 많이 짓는 인따족은 다른 소수민족보다 생활이 넉넉하다고 한다.

인레호수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자라고 있는 방울토마토. 한 인따족 아가씨가 조그마한 보트를 탄 채 밭을 다듬고 있다.
▲ 인레호수에서 수경재배를 통해 자라고 있는 방울토마토. 한 인따족 아가씨가 조그마한 보트를 탄 채 밭을 다듬고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아메리카대륙의 고지대에 살던 잉카인과 아즈텍인들도 수경재배를 했다는 것. 아즈텍인들은 현재 멕시코의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터전을 잡고 살았는데 과거 이곳은 큰 호수였다. 아즈텍인들은 호수 위에 ‘테노치티틀란(신이 머무는 곳이란 뜻)’이라는 인구 20∼3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도시를 건설했으며, 수경재배 방식을 통해 옥수수를 심어 식량을 조달했다고 한다. 지금 호수는 모두 메워져 멕시코시티의 중심가를 이루고 있다.

멕시코시티의 위치는 북위 19도, 해발 2,240m 높이에 위치해 있다. 인레호수도 북위 20도, 해발 875m의 고원지대에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한 곳은 아시아, 한 곳은 아메리카 등 정 반대편에 있지만, 위도가 비슷하고 고원지대 호수라는 환경이 비슷한 곳에서 모두 수경재배를 할 줄 알았다는 사실에서 왠지 모를 ‘문명의 유사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인따족은 물레와 베틀을 이용한 수작업으로 무명·비단 직조물을 만드는데 미얀마 각지에서 거래될 만큼 유명하다. 또 인따족은 ‘외다리 노젓기’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앉아서 노를 저으면 호수에서 방향을 잃어버릴 수 있어 선 자세로 방향을 잡아가면서 행선지를 찾아가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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